구정 축하 글이 없이 제가 본 글 하나 퍼다 놓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즐거운 주말 되세요..

by kulzio posted Feb 21,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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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하착(放下着) ♡

산사의 스님들 사이에 "방하착"이란 예화가 자주 등장하는데요, 그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한 스님이 탁발하러 길을 떠났는데, 산세가 험한 가파른 절벽 근처를 지나게 되었습니다.
그때 갑자기 절벽 아래서 "사람 살려! "라는 절박한 소리가 실낱같이 들려왔습니다. 

소리가 들려오는 절벽 밑을 내려다보니 어떤 사람이 실족했는지 절벽으로 굴러떨어지면서 
다행히 나뭇가지를 붙잡고 대롱대롱 매달려 살려달라고 발버둥을 치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이게 어떻게 된 영문이오?"

라고 스님이 물어보니 다급한 대답이 들려왔습니다. 

"사실은 나는 앞을 못 보는 봉사올시다. 
산 너머 마을로 양식을 얻으러 가던 중 발을 헛디뎌 낭떠러지로 굴러떨어졌는데, 다행히 이렇게 
나뭇가지를 붙잡고 구사일생으로 살아 있으니 뉘시는지 모르오나! 어서 속히 나 좀 구해주시오~ ~
이제 힘이 빠져서 곧 죽을 지경이오!" 
하는 것이었습니다. 

스님이 자세히 아래를 살펴보니 그 시각장애인이 붙잡고 매달려 있는 나뭇가지는 땅바닥에서 겨우 사람 키 하나 정도 위에 있었다.
뛰어내려도 다치지 않을 정도의 위치였던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스님이 시각장애인에게 외쳤습니다.
"지금 잡고 있는 나뭇가지를 그냥 놓아 버리시오. 그러면 더는 힘 안 들이고 편안해질 수 있소!" 

그러자, 절벽 밑에서 봉사가 애처롭게 애원했습니다. 

"내가 지금 이 나뭇가지를 놓아버리면 천길만길 낭떠러지로 떨어져 즉사할 것인데, 
앞 못 보는 이 사람을 불쌍히 여기시어 제발 나 좀 살려주시오~ " 
라고 애걸복걸했습니다. 

그러나 스님은 봉사의 애원에도 불구하고 살고 싶으면 당장 그 손을 놓으라고 계속 소리쳤습니다. 

그런 와중에 힘이 빠진 봉사가 손을 놓치자 땅밑으로 툭 떨어지며 가볍게 엉덩방아를 찧었습니다. 
잠시 정신을 차리고 몸을 가다듬은 시각장애인은 졸지 간에 벌어졌던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파악하고 
멋쩍어하며 인사치레도 잊은 채 황급히 자리를 떠났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도 앞 못 보는 시각장애인과 크게 다를 바가 없습니다. 

봉사가 붙잡고 있는 나뭇가지가 오직 자신을 살려주는 생명줄인 줄 알고 죽기 살기로 움켜쥐듯이, 
끝없는 욕망에 집착하며 현재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을 놓아 버리면 곧 죽고 못 살 것처럼 아등바등 발버둥 치는 ~~
청맹과니와 같이 눈뜬 시각장애인이 바로 우리가 아닌지요? 

썩은 동아줄과 같은 물질을 영원한 생명 줄로 착각하고 끝까지 붙들고 발버둥 치는 불쌍한 우리네 중생들,
자기를 지켜주는 생명줄이라고 집착하고 있는 것들을 과감하게 놓아 버려야 편안하게 살 수 있는 길이라고~~
알려 주는데도 불구하고, 귀담아 듣는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방하착(放下着)"은 "집착하는 마음을 내려 놓아라", 또는 "마음을 편하게 가지라"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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