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안오는 밤에 넋두리.

by JICHOON posted Mar 29,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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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에 제가 집안일도 있고 회사일도 있고 해서 겸사겸사 한국에 다녀왔었습니다.
가슴 아파지는 씁쓸한 풍경 하나를 보고서 이 이야기를 그냥 아사동 식구분들과 나눠보고 싶습니다. (사진과도 관련없는 엉뚱한 이야기를 종종 제가 좀 올리죠? 운영자의 정신세계가 좀...)

제가 일때문에 답사할 건이 하나 있어서 분당에 있는 나름 유명한 학원에 갔더랬습니다. 소문을 들으셔서 아시겠지만 분당은 강남 다음으로 가장 높은 학구열을 자랑하는 곳이죠.
분당 아파트 한채면 보통 100만불 정도 하니까 다들 잘 사시는 분들이고 아이들의 학업능력도 매우 높습니다.

그런 지역의 중고등학교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학원을 장소로 빌려서 나름 유명하다는 미국 유학정보제공 회사의 세미나가 열린 것입니다. 미국명문대학을 보내기 위한 분석 세미나...
30명정도 앉을 수 있는 강의실을 한 60명이 비집고 들어섰고 복도까지 사람들이 서서 간간히 들리는 강사의 소리를 귀기울이고 있었습니다.

나눠준 자료는 하버드 대학 입학지원서 카피본.
강사의 내용은, 하버드입학을 위해 신경써야할 기입 항목들, 관련 시험 정보들, 특히 한국학생들이 수학에 강점이 있으니 이런 시험을 봐서 기록하면 유리하다 등등... 아이비리그 대학들도 다 마찬가지다. 그러니 자기가 관여되어 있는 이 시험을 쳐봐라.

갑자기 저는 강사의 이야기는 관심이 없어지고 거기 앉아서, 서서, 쪼그려서, 그 강사의 이야기에 귀를 쫑끗 세우고 열심히 받아적는 어머니들의 모습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그 어머니들의 표정에는 모두 그 자제들이 하버드, 아이비리그에 들어가야한다는 필념이 가득했습니다.

한국 최고의 대학이라는 서울대도 세계 100위권에 끼지도 못하는 챙피한 상황에 지금 세계 1,2위 대학에 자녀들을 보내겠다는 그 신념이 어디서 온것인지... 게다가 미국대학들은 공부만 잘한다고 뽑아 주는 대학도 아닌데... 물론 능력이 안된다는 말을 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뭔가 많이 과장되었다라는 것과 업자들 좋은 일에 학부모가 동원되고 아이들은 망가지고 있다는 생각...

한 사람의 발언이 더 나를 경악하게 했습니다.
"입학원서에 어느 정도 봉사했다고 쓰면 입학이 유리해 집니까?"
이 질문에 강사의 대답은 차라리 설득력이 있기라도 했습니다.
"제가 소개한 이 시험을 쳐서 그 점수를 추가해 넣으시는 것이 낫습니다. 요즘은 다 봉사 많이 했다고 쓰기 때문에 봉사점수는 변별력이 떨어져요."

저는 아무리 일 때문에 참석했다고는 하지만 견딜수 없는 뭔가에 애처롭게 복도에 서서 듣고 계시던 한 어머니께 자리를 양보하고 그냥 중간에 뛰쳐나오고 말았습니다. 학원도 밉고, 그 강사도 밉고, 부모들도 밉고, 정치 행정가들도 밉고, 학교 책임자들도 밉고.... 그저 상처받고 상업적인 것에 놀아나는 것은 아이들일 뿐인 것 같습니다.

우습게도 이런 말을 하는 저도 사실은 유학관련 일을 하고 있습니다. 정말 아이를 살리는 일이 되도록 하던가 아니면 이 일을 하지 말던가 해야겠는 생각을 한국에 머무는 몇일 내내 하다가 돌아왔습니다.

한국의 모습은 정상적이라는 생각이 들지가 않습니다.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 나아지겠지요?
언제부터 제가 나라걱정을 하게 됐는지... 한국 떠나오면 모두 입만 애국자가 된다더니 그런 것인지...

문득 잠도 오지않고 함께 차마시며 넋두리하고 싶은 마음에 몇자 적어봤습니다. 아틀란타에 교회다니시는 분들 많으시죠? 한국의 교육과 아이들을 위해 기도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