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스러운 짓...

by 와이제이 posted Apr 18,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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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다니던 시절, 소풍 가기 전날 이발하는 친구가 있었다.
남녀공학이었던 우리 학교는 남녀가 서로 반이 달라, 같은 학교라도
서로 마주 칠 일도 별로 없던 터라 소풍날은 이성에게 잘 보일 수 있는
절호의 찬스였던 것이다.

90년대 초반, 그 당시 유행하는 헤어 스타일은 '앞머리는 남기고 옆은 하얗게 밀기...'
였는데 그때 서태지와 아이들의 이주노와 양현석도 그랬다.

하지만 이렇게 소풍 바로 전날 이발하고 온 아이는
으레 너무 튀게 마련이다.
누가 봐도 이마에 "나, 어제 이발 했어요~" 이렇게
써있는 것이 확연하다.
진짜 멋쟁이는 소풍 가기 4일전~6일전에 미리 깎아 놓고 약간
자연스러워 질 때를 맞춘다. 이는 우리 학교 킹카였던 박모군의 이론이다.
미리미리 준비하는 자세라는 점에서 난 이 말에 크게 공감했다.

그 후로 15년...
주말 출사를 앞두고 나는 새 렌즈를 구입하기로 했다.
새 렌즈 사기로 마음 먹은 것이 지난 출사를 다녀온 날인데
여태 질질 끌어 왔다. 렌즈만큼은 믿을 수 있는 곳에서 사자...
라는 신념으로 B&H에서 24-70mmL 렌즈와 BG-E2 그립, UV 필터 등등
그 동안 사야지, 사야지... 마음만 먹던 것을 몽땅 클릭하고
체크 아웃.

주말에 들고 나가려면 미리 길을 들여야 할테니 시간이 좀 필요하겠지.
Shipping 은 좀 비싸더라도 2nd day Air 로...

매 30분 마다 UPS Tracking Service를 보아가며 어디쯤 오는지 계속 살펴 봤다.
드디어 UPS Doraville Center scan 을 확인!!
창밖으로 계속 UPS 맨을 기다렸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UPS 맨은 오지 않았다.

...중략...

번지수가 틀린것이다. 6955로 써야 할 것을 9655로 써넣은 것이 B&H 홈페이지에서 확인됐다.
황급히 차를 몰아 UPS Customer serv. Center 로 달려가 물건을 찾아보려 했다.
미확인 주소 메세지 찍힌 시각은 오전 11:20.
다시 뉴욕으로 리턴된 시각은 오전 11:40.
내가 도착한 시간은 오후 2:00.

주소 미확인이라 해도 그렇지, 화물을 20분 만에 되돌려 보내다니.
참 나...
어이 없구나.

B&H측에 연락을 해서 상담원과 연결 통화를 기다리길 21분만에
전화 연결이 됐다. 되돌아 오는 즉시 다시 보내주겠단다.
물론 Shipping 비용은 다시 추가되고, 예상 도착일은 4월 23일.

출사 다음주다.

아...
이러이러한 이유로... 출사 나갈 기분이 안 난다.
어떻게하면 좋을까.
그냥 50.4 하나 덜렁 들고 쫄래쫄래 다녀?

왜 이리 김새는 걸까.

역시 짧은 인생 후회없이 잘 살려면
'미리미리'가 참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