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 황치우 시집

by 서마사 posted Oct 27,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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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치우 시



어느날 나는  흐린주점에서 앉아 있을것이다.





초경을 막 시작한 딸아이, 이젠 내가 껴안아줄 수도 없고

생이 끔직해졌다

딸의 일기를 이젠 흠쳐볼 수도 없게 되었다

눈빛만 형형한 아프리카 기민들 사진:

"사랑의 빵을 나눕시다"라는 포스터밑에 전가족의 성금란을

표시해놓은 아이의 방을 나와 나는

바깥을 거닌다. 바깥:

누군가 늘 나를 보고 있다는 생각 때문에

사람들을 피해 다니는 버릇이 언제부터 생겼는지 모르겠다

옷걸이에서 떨어지는 옷처럼

그 자리에서 그만 허물어져버리고 싶은 생:

뚱뚱한 가죽부대에 담긴 내가, 어색해서, 견딜 수 없다

글쎄, 슬픔처럼 상스러운 것이 또 있을까


그러므로, 어느날 나는 흐린 주점에 혼자 앉아 있을 것이다

완전히 늙어서 편안해진 가죽부대를 걸치고

등뒤로 시끄러운 잡담을 담담하게 들어주면서

먼 눈으로 술잔의 수위만을 아깝게 바라볼 것이다


문제는 그런 아름다운 폐인을 내자신이

견딜 수 있는가. 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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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나이 50 넘어가면 방바닥에 아무렇게나 벗어놓은 속옷처럼 흐물흐물 발에 걸리적 거리는 인생이 되어버린다.

집에 돌아와도 누구 하나 반기는 사람없고 어릴때  껌딱지 처럼 달려와 안기던 딸아이도 어느날 부터 서먹서먹해지기 시작한다.

아내도 이제 남편은 아무짝에도 쓸데가 없다고 소파에 조용히 앉아있는 나를 한심한 표정으로 바라보기 일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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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시절 민주화를 외치던 그 뜨겁던 신념은 가늘어져 버린 종아리 근육처럼 얇디 얇은  똥고집만 남아 세상 썩어돌아가는 현실도 못본척, 못들은척, 모른척 말귀 못알아듣는 구시대의 꼰대가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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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딸아이가 나에게 상의도 하지 않고 자동차를 구입하고, 아파트를 얻어서 독립해서 나가는 날..나는 아무런 말도 못하고 멍하니 앉아 창밖만을 바라보았다.

“ 이제는 아빠가 아니라 그 녀석이 알아서 다 도와주겠지..당연하지”

그렇게 생각하다가도 뒤에서 딸아이를 도와주었을 “ 그 녀석”의 싱그럽고 환한 미소가 생각나면 왠지 모르게 괜시리 입안이 텁텁해 지는것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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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마치 내 심정을 알아주는듯한 표정을 짓는 강아지나 쓰담으면서 창문밖의 풍경을 바라보고 있는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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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마사는 졸라 메라를 랑하는 모임 꼬카사 소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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