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3.31 14:37

암 치료법

조회 수 6435 추천 수 0 댓글 2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제가 주로 하는 일이 암진단이다 보니 암이란 말에 무감각해져있지만 가끔은 나나 가족이 암환자로 진단 받으면 어떨까 생각하면 너무 끔직할 것 같습니다.

이런 마음가짐은 저뿐만 아니라 누구나 다 한두번씩은 생각해보지 않나 싶습니다. 기사를 읽다보니 "암환자 가운데  완벽주의자, 마음이 착한 사람, 자기주장이 강한 사람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는 구절이 눈에 띄어서 한번 옮겨봤습니다.

제자신을 돌아보면서 다음과 같이 위안해봅니다.

- 완벽주의자; 절대 아닙니다, 하는 일마다 빼먹는 것 투성이어서 매일 와이프한테 잔소리 듣습니다.
- 마음이 착한 사람; 요즘 세상에 마음만 착한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 자기주장이 강한 사람; 이런 사람들 피해서 비주류 분야를 전공으로 하고 있습니다.
----------------------------------------------------------------------------------------------------------------------------------------------------------------------------------------------------------------------------------------

다른 언론사에 다니는 선배의 부인이 암환자였습니다. 암 진단 당시 유방암 3기에 갑상선에도 아주 작은 암세포가 있었답니다. 유방암 수술을 하고 항암치료와 방사선 치료를 몇 차례 받은 뒤, 가톨릭 신앙의 힘에 의지하며 투병 중인 분이었습니다.

2008년 9월 제가 암 수술을 받을 당시 그분은 3년차였는데, 갑상선에 여전히 암세포가 남아 있는데도 별 두려움 없이 즐겁게 지내고 있었습니다. 그분은 저를 위로하며 이런 말을 해줬습니다. "좀 심한 감기에 걸렸다고 생각하세요. 푹 쉬고 나면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낫게 될 거니까요." 자칫하다간 죽을 수도 있는 암에 걸렸는데 감기라고 생각하라니! 그분은 지금 '암이란 감기'에서 완쾌돼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습니다.

어떻게 투병해야 할지, 방법을 찾기 위해 이것저것 정보를 구하던 중 '월간 암'이라는 책자에 나온 어느 환자 투병기의 한 대목이 눈에 확 들어왔습니다. '암아, 고맙다.' 암에 고마움을 느끼다니요? 그때까지의 제 상식으론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암은 저주, 절망, 고통일 뿐 고마움의 대상은 될 수 없었습니다.

휴직 후 '아빠 주부'로 집안 살림을 도맡아 하기 시작한 지 6개월쯤 지나자 몸도 마음도 가벼워졌습니다. 아침에 눈뜰 때부터 자정 넘어 잠들 때까지 잠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시간이 매일 되풀이되는 신문기자의 스트레스에서 벗어난 덕분입니다. 좋은 먹을거리를 챙기고 적절한 운동을 하고, 명상과 기도에 의지해 제 몸만을 위할 수 있게 된 것은 큰 은혜입니다.

'아빠 주부'로 두 딸과 부대끼며 보낸 2년6개월의 시간은 그 이전에도 없었고 제 남은 인생에서도 다시 얻기 어려운 소중한 순간이었습니다. 아침에 잠을 깨워 정성 들여 지은 밥을 챙겨 먹이고, 저녁 잠자리를 돌봐줄 때까지 하루 24시간의 3분의 2를 두 딸과 함께 보냈습니다. 직장에 출근한 아내 대신 둘째 딸이 다니던 유치원 행사에 참석, 다른 일본인 엄마들과 어울린 것도 흥미로운 경험이었습니다. 한두 달에 한 번씩 가족여행을 떠날 때마다, '이쯤 해서 네 몸과 가족을 한 번 돌보렴' 하고 암이 내게 선물을 줬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물론 전업주부로서 스트레스가 없지는 않았습니다. 살림살이가 서투르다고 아내에게 구박받고, 두 딸의 사소한 투정에 속이 상했던 일도 꽤 있었습니다.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단순하게 반복되는 집안일, 가족 누구도 아픈 나를 챙겨주지 않는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서운함으로 혼자 속앓이를 했던 기억도 납니다. 그럴 때마다 끊임없이 저 자신을 비우려 애썼습니다.

일본의 어느 의학자가 쓴 책에 따르면 암 환자 중에서 완벽주의자, 마음이 착한 사람, 자기주장이 강한 사람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고 합니다. 그런 성격 탓에 스트레스의 강도가 높은 데다 잘못된 생활습관까지 겹쳐 암이 생겼다는 것입니다. 그가 제시한 해결책은 법정 스님의 표현을 빌리자면 '마음을 비우는 것'이었습니다. 당초 목표가 100이었다면 70 정도로 줄이고, 눈높이를 낮추고, 현재 순간에 만족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남에게 뒤지기 싫어했고, 늘 좋은 평판에 목말라했고, 한 치의 빈틈도 없이 일을 처리해야 직성이 풀렸던 제 성격이 금방 바뀔 리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살기 위해 뜯어고치는 훈련을 쉴새 없이 했습니다. 아내가 퉁명스럽게 대하면 '오늘 일 때문에 스트레스가 많은가 보군' 하며 비위를 슬쩍 맞춰줬습니다. 언어가 불편해 일본 친구들과 자유롭게 어울리지 못하는 둘째 딸을 볼 때마다 마음이 아팠지만, 신나게 숙제하는 모습에서 기쁨을 찾았습니다. 정성 들여 만든 음식이 맛없다고 큰딸이 외면하면 "건강에 좋은 음식을 아빠에게 양보하는구나" 하고 한마디 한 뒤 제가 즐겁게 먹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마음 비우기'에 차츰 익숙해졌습니다. 어떻게 해서든 암을 꺾고 빨리 복직하겠다는 생각, 회사에서의 내 존재가 희미해질 것이라는 걱정도 사라졌습니다. 한참만에 돌아온 직장 분위기는 예전 그대로입니다. 여전히 건강에 신경을 써야 하는 입장에선 다소 부담스럽습니다. 하지만 저는 바뀌었습니다. 일은 즐겁고 능률적으로 하되 과도한 욕심을 부리지 않으려 애씁니다. 제 생각을 고집하거나 앞세우기보다는, 먼저 저를 비우려고 마음먹습니다. 제가 스트레스받는 일, 남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일이 이전보다 훨씬 줄었습니다. 암이 없었다면 이런 제 모습은 생각지도 못했을 것입니다. 그래서 암이 고맙습니다.

  • ?
    파파아찌 2011.03.31 19:41

    성격이 암하고 연관이 있다니...  옛말에 마음이 만병의 근원이 된다는 말이 정말 맞는 군요.

    그런데...   다량의 방사능에 한번 노출 되면 한방에 암이 생기게 되겠죠? 

    일본 사람들은 방사능하고 뭔 인연이 많은지........ㅊㅊㅊ

  • profile
    공공 2011.03.31 21:07

    항상 좋은 생각 기쁜 생각만 하고 살도록 노력합시다!

    그리고 사진생활이 그에 보탬이 될 수 있도록,,, 

    사진 찍으면서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맙시다..


자유게시판

게시물, 사진 등록 요령과 주의사항이 아래 링크에 있으니 꼭 확인해 주시기 바랍니다.

게시물 작성 제한 사항


갤러리 사진 등록가이드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683 로고 아이디어를 모집합니다. 안녕하세요. 아조포커(파파아...님 아이디어)에 점점 많은 분들이 회원가입을 해주시고 계시네요. 분위기 좋습니다. 사실은 부담도 느는 것이 사실입니다. 간혹 사이트가 속도가 느려지기도 해서 저를 아주 긴장하게 ... 1 JICHOON 2006.09.25 7951
1682 렌즈좀 빌릴수 있을까여? :샤바샤바: telephoto 렌즈좀 사볼까하는데 어떤 focal length가 나한테 맞는지 한번 사용해보고 싶어서요 ^^;; 200mm 있는 텔레줌 주말에 하루만 빌려볼수 있을까요? 아무렌즈나 상관없습니다. 캐논 마운트 로요~ 1 DTM 2007.09.11 1920
1681 렌즈의 색수차현상을 느끼신적이 있나요? 보통 카메라 렌즈에 색수차 현상이 일어난다고 하는데 좋은 렌즈 보다는 싼 렌즈에서 더 많이 나타난다고 합니다. 광학적으로 억제는 할수 있지만 완전히 없어지지는 않는다고 하네요. 그리고 전 막눈이라 지금까지 ... 2 파파아찌 2010.09.05 5920
1680 렌즈에 대한 질문이요.^^ 안녕하세요~ ㅋ 요즘 렌즈를 사려고 고민중인데요.. 참고로 제가 지금 가지고 있는 렌즈는 쩜팔이랑, 28-135 입니다. 원래 생각했던건 24-70 L렌즈였습니다 근데 리서치를 좀 해보니 크롭바디에는 화각으로 좀 아쉬운... 7 snowball 2010.09.13 4517
1679 렌즈에 대한 질문이 있습니다... 여기 렌즈가격이 한국보다 더 비싸거나... 똑같은건 왜 일까요?? 전 쌀것이다라고 생각하고 왔는데.... 오히려 더 비싼것 같은데... 저만의 느낌만 그런가요?? ^^ 1 홍풀 2007.02.01 3565
1678 렌즈를 살려고 하는데.. 혹시 쿠폰이나 디스카운트 코드 아시는분 있나요? 가끔가다 아도라마나 B&H 디스카운트 코드 돌아다니던데 찾을려니 없네요. DELL 은 이미 끝났겠죠 ? ㅜㅠ 1 DTM 2007.04.23 2954
1677 렌즈를 교환하고 싶은데 아무대답이 없어요...(__) 제가 저번에 아도라마에서 35.2 를 구입하였는데요... 이게 1cm정도 전핀이 나드라구요.... 그냥 쓰려고 하는데 제가 워낙 소심한지라... 자꾸 신경이 쓰여요... 그래서 교환하려고 몇차례메일을 보냈는데 답문을 보... 1 Melvin 2007.04.17 3088
1676 렌즈닦기 저는 렌즈를 닦을때 아래쪽 티셔츠를 구두딱새모양 두손가락으로 말아서 쓱쓱 문질러 줍니다.  혹 지문이나 그런것들이 있으면 입김으로 불어넣고 얼른 김빠지기전에 똑 쓱쓱~   여러분들은 어떻게 딲으시나요?  아니... 11 유타배씨 2014.05.28 374
1675 렌즈... 에 관하여.... 제가 D80현제 쓰구요... 여기에 제가 Tamron Micro 70-200mm 뭐라던데... 이것을 쓸려고 하는데.. 니콘 렌즈는 1800정도 하던데요... 이베이에서 그리고 Tamron 은 1000불넘는것도 있던데. 근데 제가 본것은 599이더... 2 투덜군 2009.01.05 2584
1674 렌즈 페이퍼 쓰실 분 현미경 렌즈 페이퍼가 남은게 좀 있습니다. 오늘 저녁모임때 가져갈테니 필요하신 분들 댓글 달아주세요. 적어도 일반 휴지보다는 낫겠지만 이태리 타올보다 좋은지는 장담 못합니다. 한장씩 나눠드리면 모든 회원에... 15 장가 2011.10.13 4762
1673 질문/답변 렌즈 질문합니다 추운 날씨에도 모두 건강하시라 생각합니다.   배구시합용으로  사용할려고 70-200mm,  2.8. 렌즈를 구입해서 사용하고있습니다.    막상 사용을해보니 배구코트와의 거리가 가깝네요, high school 학교 코트에서는 7... 8 Chad 2024.01.15 179
1672 렌즈 직거래 공감... 8 file 보케 2016.04.07 104
1671 렌즈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안녕하세요. 얼마전에 nikon d200을 지인을 통해 boby를 얻었습니다. 렌즈를 구입하려 하는데 어떤 렌즈를 구입해야 하는지 전혀 알 수가 없네요. 야외에서 아이들 사진을 위주로 찍고 싶습니다. 고견을 통해 좋은 정... 2 감사 2013.11.02 817
1670 렌즈 오더한게 왔는데요..2개가 왔습니다 -_- 저번달 렌즈를 오더 했습니다. 일주일 있다가 제품이 왔죠..물론 크레딧카드는 차지가 되었고 렌즈를 인스펙트한 결과 유리에 조그만 스크레치가 보여 다시 리턴하고 익스체인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며칠후 익스... 13 DTM 2007.05.22 2050
1669 질문/답변 렌즈 수리 잘 하는 곳 아시는 분~~! 안녕하세요?    이제 잠수좀 그만 타고 사진 좀 찍어보려고 하니까 렌즈가 말썽이네요.  Tamron 90mm f/2.8 SP Di MACRO 1:1 VC USD Lens 미국 워런티가 있는 정품은 아니고 일본 내수 제품으로 알고 있습니다.    공... 5 치즈 2022.09.30 152
1668 렌즈 만들기 렌즈만드는 과정이 궁금했었는데 니콘에서 자기네 렌즈 만드는 과정을 비디오로 소개하고있네요. 제작 후반부 쪽은 없어서 좀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왠지 정감이 가는 공장입니다. 한번 구경하세요. 2 JICHOON 2013.01.14 3858
1667 렌즈 리뷰 어디서?? 렌즈 리뷰 좀 보고 살 목록을 정하고 싶은데 어디서 보는지 모르겠네요.. 어서 추천좀....^0^ 2 mechanic 2007.05.29 2898
1666 렌즈 리뷰 싸이트 http://www.slrgear.com/reviews/index.phphttp://www.slrgear.com/reviews/index.php 맨날 들락거리면서 지름신이 왔다 갔다 한다는.. 지금은 canon 70-200 2.8 L IS 가 너무 당기는군요.. 5 Eugene Park 2007.10.11 1991
1665 렌즈 떨어지다..... ㅠ.ㅠ 오늘 또 렌즈 떨어 트렸었요.... 전에 떨어 졌을때는 약간의 기스였였는데... 이번에는 후드 파손..... ㅠ.ㅠ 이론.... 본드로 함 잘 붙여봐야지겠어여... 안되는 ebay로 주문해야겠네요... 검색해보니 있던데..... ... 7 file cool 2007.05.17 2675
1664 일반 렌즈 도착! (뽐뿌 주의) 기다리고 기다리던 렌즈가 도착했습니다!     국산 짝퉁 GM75 F1.8! ^^  사실 뽐뿌는 없습니다.  ㅋㅋㅋ   이로써 이제 출사용 세트가 완성되었습니닷! 사진찍을 일만 남았죠! (제발)...   저의 출사 세트입니닷!  2... 9 file 행복한사진사 2022.03.03 85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110 111 112 113 114 115 116 117 118 119 ... 199 Next
/ 199
aa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