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진이 다소 불편하게 느껴지실 수 있음을 이해하며, 제 작업 의도를 명확히 전달해 드리고자 다시 정리하여 공유합니다.
이 사진은 우리 주변의 흔한 풍경 속에서, 우리가 애써 외면하거나 인지하지 못하는 차가운 현실을 담아내고자 했습니다. 평화로워 보이는 교외 주택가의 한 장면이지만, 그곳에는 강제 퇴거(Eviction)로 인해 삶의 터전을 잃은 이웃의 아픔과 그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습니다.
사진 속 마당에 흩뿌려진 짐들은 단순한 쓰레기가 아닙니다. 그것은 한 가구의 역사이자 추억이며, 한때 '내 집'이라는 꿈을 품었던 삶의 모든 흔적들입니다. 경찰의 입회 하에 하루 종일 밖으로 쏟아져 나온 이 물건들은, 이틀이라는 시간 동안 그나마 건질 수 있는 것을 챙겨간 후 남겨진 '잔해'들입니다.
사진의 전경에 선명하게 보이는 표지판은 이웃의 절규이자 마지막 자존심입니다. "공짜 아님"과 "쓰레기 아님"이라는 문구에 그어진 줄은, 비록 모든 것을 내려놓아야 하는 상황일지라도 그들의 삶과 물건이 결코 하찮은 것이 아님을 외치는 듯합니다. 이는 또한 타인이 그들의 상황을 함부로 재단하고 판단하지 않기를 바라는 간절한 염원이기도 합니다.
저는 이 비극적인 현실을 차갑고 냉철하게 표현하고자 의도적으로 흑청색 계열의 색감을 사용했습니다. 낮은 콘트라스트와 파스텔 톤으로 처리된 뒷 배경의 집은, 아메리칸 드림의 상징인 '집 소유'가 이제는 더 이상 현실이 아닌, 멀어져 가는 희미한 '꿈'이 되어버린 상황을 시각적으로 구현합니다. 꿈과 현실 사이의 괴리감을 표현하고자 한 것입니다.
특히 사진의 전경에 선명하게 드러나는 푸른 잔디는 미국의 유명한 속담 "남의 집 잔디가 더 푸르다(The grass is always greener on the other side of the fence)"를 의도적으로 차용했습니다. 겉으로만 보면 평화롭고 아름다운 잔디밭이지만, 그 위에 놓인 비극적인 삶의 파편들은 타인의 겉모습만 보고 쉽게 판단하거나 부러워하는 우리 사회의 단면을 아이러니하게 비춥니다. 이 사진은 '푸른 잔디'가 상징하는 이상적인 삶과, 그 뒤에 숨겨진 차갑고 고통스러운 현실 간의 극명한 대비를 통해 깊은 질문을 던집니다.
이 작품을 통해, 우리는 이웃의 아픔에 공감하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벌어지는 사회적 문제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볼 기회를 갖게 되기를 바랍니다. 동시에, 이러한 현실 속에서 과연 우리 자신은 안전한가라는 질문을 던져보고 싶습니다.

어딘가에는 함께 사는 세상의 모습도...